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삶과 죽음, 밥 한 그릇의 미학 강용면 개인전 《계반삽시(啓飯插匙)》 개최

[호남도민신문 = 임윤진 기자] 설치미술가 강용면의 개인전 《계반삽시(啓飯插匙)》가 2025년 10월 23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열린다. 1957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강용면은 1980년대 한국성(韓國性) 찾기 운동을 거치며,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필연성을 탐구해 온 작가이다.

유교적 삶의 규범 속에서 체득한 예(禮)와 법도(法度)를 예술의 근간으로 삼아, ‘옛것을 익혀 새로움을 안다[溫故知新]’는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대표 연작 〈온고지신〉 시리즈는 이러한 사유의 시각화로, 전통적인 밥그릇과 제의적 상징물을 현대적 재료와 색채로 재구성하여 한국미의 조형성과 정신성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 《계반삽시(啓飯插匙)》는 그 연장선에서 ‘밥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는다’는 제의적 행위(계반삽시)를 예술적 제의로 확장한 작업이다. 『상례비요(喪禮備要)』에 등장하는 ‘계반삽시’는 제사를 올리기 전 조상의 밥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꽂는 절차를 뜻한다. 작가는 이를 “사라져 가는 전통과 관계를 깨우는 행위”로 해석하며, 밥공기·숟가락·그릇을 매개로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 〈온고지신–고봉밥〉(2025)은 브론즈와 나무, 채색된 그릇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로, 조왕(竈王)의 밥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둥근 산처럼 소복히 담인 밥공기는 공양(供養)의 의미와 한국적 풍요의 상징을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 〈온고지신–깻잎〉(2025)은 작가의 어머니가 평생 지어온 깻잎 농사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소박한 일상의 정성과 생태적 순환의 미학을 시각화했다.

“예술은 가장 정신적인 행위이며, 역사의 전통이라는 토양 속에서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한다”고 말하는 강용면의 작업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전통을 ‘살아 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조형적 실험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서울분관을 통해 지역 작가들의 조형적 실험성과 정신적 깊이를 서울 및 수도권의 관람객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분관 대관 전시는 전년도 공모를 통해 선정하며, 작가와 평론가를 연결하는 비평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관 전시가 모두 종료된 이후에는 한 해 동안의 전시를 아카이빙한 연감을 발간한다. 전시는 월요일 휴관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